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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허스토리의 실제 인물과 법정 기록 분석(명대사와 관람후기)

by 모세 김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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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포스터 사진

2018년 여름,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이 눈가를 훔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영화 ‘허스토리’를 본 사람들이었죠.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냥 또 하나의 역사 실화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영 내내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여성들의 삶, 법정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고통을 증언하던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끝까지 진실을 밀어붙이던 사람들을 보고 ‘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영화 '허스토리'에 담긴 실제 인물들, 법정 기록,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깊이 있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실화 바탕 영화 ‘허스토리’의 출발점, ‘관부 재판’을 아시나요?

허스토리는 실제로 있었던 '관부 재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관부 재판’이란 관문재판소(부산)와 일본 시모노세키 지방법원(부)을 오가며 진행된 민간 국제소송을 의미하는데요, 1992년부터 무려 6년 동안 이어진 이 재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이끌어낸 주체가 ‘정치가도, 정부도 아닌 한 지역의 평범한 여성들’이었다는 점이에요.
부산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던 한 여성 사업가. 그녀는 우연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날 이후 자신의 삶을 바꿔가며 이 싸움에 전념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김희애 배우가 연기한 '문정숙'이라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송판선 여사라는 인물입니다. 실존 인물이죠. 영화의 대부분은 바로 그녀와 피해자 할머니들이 손을 맞잡고 일본 법정까지 가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할머니들의 증언, 그리고 현실의 무게

이 영화가 특별한 건, 단지 ‘위안부 피해자’라는 단어로 그들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대신 각 할머니들의 구체적인 사연, 살아온 삶, 그리고 왜 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의 이름을 바꿔 표현했지만, 그 감정과 증언은 거의 실제 법정 기록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분은 송신도 할머니. 그녀는 실제로 일본 시모노세키 법정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술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트라우마로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꿋꿋하게 증언을 이어나간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일본 시민단체와 역사 단체들이 ‘정의로운 증언의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또한 이용수 할머니, 김학순 할머니도 그 법정에 섰고, 그들의 용기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 ‘허스토리(Herstory)’라는 제목의 무게가 완성되었습니다. His-story(역사)가 아닌, 그녀들의 이야기(Her-story)라는 점에서 이 제목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일본 법정에 선 한국 여성들, 실화라서 더 벅찼던 장면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시모노세키 법정 장면입니다. 단순한 영화적 연출이 아닌, 실제 판결문과 증언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의 몰입감을 줍니다.
할머니들이 일본어로, 혹은 통역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할 때, 일본 정부 측 변호인은 "이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국가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하죠.
그때 한 피해자 할머니가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과를 원합니다!”
이 대사는 정말 많은 관객들을 울렸습니다. 보상금이 목적이 아니라, 인정과 책임, 그리고 기억을 바라는 그 진심이 너무나 절절했거든요. 실제 재판에서도 이 대사는 거의 동일하게 있었던 말입니다.
1998년, 시모노세키 법원은 부분 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일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령한 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등법원에서는 그 판결이 뒤집히고 맙니다.
그럼에도 이 재판은 일본 정부의 책임 여부를 법정에서 최초로 다툰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제 사회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명대사와 관람 후기 – 왜 이 영화는 가슴을 울리는가

'허스토리'에는 수많은 명대사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우리는 사과를 원한다" 외에도, 이런 대사가 있었죠.
“그때는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어요.”
피해자들이 4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고 살아야 했던 그 슬프고 외로운 시간이, 이 한 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개봉 당시 관람객 평점은 무려 9.3점(네이버 기준).
“실화인 줄 모르고 봤다가 마지막에 울컥했다”,
“엄마랑 같이 봤는데 서로 눈물을 닦아줬다”,
“이건 꼭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할 영화다”라는 리뷰들이 줄을 이었어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지켜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람 후 더 깊은 울림이 남는 작품이었죠.

왜 지금 ‘허스토리’를 다시 봐야 할까?

2025년인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사회 문제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약자의 목소리는 작고, 진실은 쉽게 묻히며, 책임은 회피되곤 하죠. 이런 시대일수록 ‘허스토리’ 같은 작품은 더 많이, 더 자주 언급되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되새기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겠는가?”
“역사의 피해자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마무리하며: 우리가 들어야 할 '그녀들의 이야기'

‘허스토리’는 단순히 눈물 흘리고 끝나는 영화가 아닙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기억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입니다.
실제 인물들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은 영화보다 더했을 겁니다. 영화는 그 고통을 정중하고 깊이 있게 다뤘고, 관객들에게 “이건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