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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메시지 해설(법,정의,시대정신)

by 모세 김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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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포스터 사진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은 단순한 실화 바탕의 드라마를 넘어, 법과 정의, 그리고 당시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을 진지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법조인의 각성과 한 시민의 선택을 통해 ‘법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의는 누가 지켜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대의 울림을 넘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메시지를 중심으로 그 의미를 깊이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법은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

영화 ‘변호인’의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법이란 무엇인가’에 있습니다. 주인공 송우석은 사법고시를 통과한 후 현실적인 목적에 따라 세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을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초반 그는 “법대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고통과 현실을 외면한 채 법을 ‘도구’로만 보는 관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림사건을 계기로 그는 법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억울하게 구속당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문당한 흔적을 확인하면서, 그는 법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체감하게 되죠. ‘법이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영화 내내 그의 내면을 흔들고 변화시킵니다.
영화는 법의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동일한 헌법과 법률이 있지만, 권력에 의해 해석되고 적용되는 방식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송우석은 그 체험을 통해 법의 본질은 단지 조문이 아니라, 그 조문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법이란 국민을 억누르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야 하는 ‘방패’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법의 무게는 단순히 ‘정해진 절차’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변호인이 던지는 이 메시지는 오늘날 법치주의의 방향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의는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

‘정의’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단어지만, 정작 그것을 현실에서 지키고 실천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바로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극 중 송우석은 처음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된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졌지만, 점점 정의는 법 이전에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당한 고문, 허위자백, 불합리한 기소를 지켜보며 그는 정의가 법적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몸소 느낍니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눈물, 청년들의 절규, 그 모든 것이 그에게 ‘이건 옳지 않다’는 강한 확신을 심어줍니다.
정의는 단순히 올바름에 대한 믿음이 아닙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송우석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 물질적 안정을 모두 걸고 그 정의를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정의는 외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또한 그는 결국 재판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정의는 승패가 아니라, 옳은 일을 선택했는지 아닌지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정의의 본질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합니다.

시대정신, 그리고 지금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들

영화 변호인 장면 모음 사진

영화 ‘변호인’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개인의 정의 실현을 넘어서 당대 사회의 분위기, 즉 ‘시대정신’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반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 중 하나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침묵의 강요’였습니다. 누구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였죠. 그런 상황 속에서 송우석은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그건 비겁한 침묵이다’라는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은 곧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저항이자, 전체 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시대정신’은 단지 한 시기의 유행이나 정치적 흐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적 가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 그것이 바로 영화 속에 녹아 있는 진짜 메시지입니다. 송우석은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그것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때때로 '정의'라는 가치는 여전히 권력과 이익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변호인’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변호인’은 단지 한 인물의 성장 드라마나 실화 기반 영화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은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지, 정의란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며, 그 속에서 시대정신을 묵직하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