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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해석(타노스,희생,절반)

by 모세 김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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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피니티 워 포스터 사진

 
2018년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전환점이자,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은 작품입니다. 기존의 히어로 영화들이 승리를 전제로 한다면, 이 영화는 패배로 끝납니다. 하지만 그 패배는 절망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충격적인 서막이었죠. 인피니티 워는 마블 팬뿐 아니라 모든 관객에게 ‘히어로의 한계’와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 감정적으로도 무게감 있는 작품입니다.

타노스는 왜 절반을 없앴는가?

타노스는 그 어떤 빌런보다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악당입니다. 그는 단순히 파괴를 위해 싸우지 않습니다. 자신이 본 우주의 종말을 막기 위해,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위 절반 말살’이라는 해결책을 실행합니다. 그는 자신이 신의 위치에 서서 균형을 바로잡는 존재라고 믿고 있죠.
이러한 타노스의 철학은 극단적이지만, 현실 사회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인구 증가, 자원 고갈, 불평등, 생태계 파괴. 그는 이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공정한 절반의 제거’가 유일한 해답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이 아닌 ‘확신’을 가지고 인피니티 스톤을 수집합니다.
무서운 건 타노스가 ‘악행을 즐기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딸 가모라를 죽이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하지만 희생해야 한다는 모순된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노스는 기존 마블 악당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저 ‘잘못된 영웅’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입니다.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모두를 위한 선택일까요,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결정일까요? 타노스의 승리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고, 동시에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들

‘인피니티 워’는 전쟁 그 자체보다, 그 전쟁 속에서의 ‘상실’과 ‘절망’을 어떻게 그리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는 강한 액션보다 조용한 이별의 순간들로 관객의 감정을 압도합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마지막,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후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영웅들이 하나둘씩 먼지처럼 사라지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에게 “Mr. Stark, I don’t feel so good…”이라고 말하며 사라질 때, 많은 관객이 극장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감정적 무게를 가졌습니다. 피터는 아직 어린 소년이고, 영웅으로서의 삶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이죠.
완다와 비전의 이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전을 스스로 죽여야 했던 완다의 고통, 하지만 그 모든 희생조차도 타노스에 의해 무효화되는 장면은 ‘무력감’이라는 단어를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는 희생을 아름답게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희생조차도 헛되게 만들며, ‘절망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가모라의 죽음, 로키의 최후, 닥터 스트레인지의 냉철한 선택 등. 이 영화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며, 히어로물의 안락함을 철저히 걷어냅니다. 관객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충격을 받으며, 동시에 ‘이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강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히어로의 실패, 새로운 정의

어벤져스는 처음으로 패배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던 히어로들이, 이번에는 ‘힘’도 ‘희생’도 모두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죠.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히어로의 실패는 단순히 힘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각자의 감정, 신념, 판단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구조적인 실패였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감정적으로 피터를 지키려 하고, 스타로드는 감정에 휘둘려 계획을 망치고, 토르는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조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본 끝에 단 하나의 승리 가능성을 위해 ‘패배를 선택’합니다. 즉, 이 영화는 히어로들에게 인간적인 결함과 선택의 무게를 부여합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이 패배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 이들의 용기와, ‘다음 기회’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함께 보게 됩니다. 타노스의 승리로 영화가 끝나는 장면에서, 그는 해낸 자처럼 조용히 일몰을 바라봅니다. 그 장면은 역설적으로 굉장히 평화롭죠. 하지만 그 평화가 얼마나 대가를 요구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워’는 정의란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때론 정의가 무력하고, 때론 정의가 실패합니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우리는 더 큰 용기와 연대를 배웁니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 무비를 넘어서는 지점입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의 가장 어두운 서사이자, 가장 빛나는 연출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히어로가 지고, 악당이 이기는 이야기.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가 녹아 있습니다. 패배의 끝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다시 봐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